형평운동 7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 |
일시 : 1993년 4월 23일(금) 오전 9시-오후6:00 장소 : 경상대학교 본관 대 회의실환 영 사 <형평사> 창립 70주년을 기념하여 마련된 학술회의에 오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그리고 멀리에서 이곳 진주까지 오셔서 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해 주실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미국과 영국에서 오신 임순만 교수님과 이안 니어리 교수님, 그리고 일본의 신기수 선생님과 도모나가 겐조 소장님, 고맙습니다. 흔히 '진주라 천리길'이라고 하는데, 바쁘신 중에도 흔쾌히 서울에서 이곳까지 오시기로 결심해 주신 진덕규 교수님과 고숙화 선생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오늘 진주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더욱 큰 자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국내외의 여러분들께서 논의해 주실 '형평운동'이 이곳 진주에서 일어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진주는 우리 역사에 길이 빛날 곳이라는 것을 믿습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이곳 진주는, 많은 역사적 사건을 경험하였습니다. 그 역사의 정신은 의연히 이곳 진주의 모든 시민들에게 전해져 온다고 믿습니다. 400년 전의 임진란 진주대첩이나 19세기 중엽의 임술년 농민항쟁도, 진주 역사에 기록되어 있는 큰 사건들입니다. 형평운동은 그런 줄기에서 일어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까지 형평운동에 대한 관심은 사회적으로나 학문적으로나 미미했습니다. 형평운동에 관한 이만한 규모의 학술회의도 처음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오늘의 이 학술회의는 대단히 뜻깊다고 생각합니다. 형평운동을 연구해 오신 국내외의 여러 연구자께서 한 자리에 모이셨으니, 참으로 많은 성과가 얻어지리라 기대합니다. <형평운동 70주년 기념사업회>는 작년 6월 24일 창립된 이래, 특히 오늘의 이 행사와 내일 있을 기념식, 그리고 기념탑의 건립에 힘써 왔습니다. 아울러 저희는 오늘의 학술회의 결과를 책으로 펴냄으로써, 형평운동을 올바로 자리 매김하고 그 정신을 오늘에 되살리는 데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이 학술회의를 통하여 형평운동은 역사의 한 사건으로만 머무르지 않고, 다시금 살아 움직이게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학술회의를 위하여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경상대학교 빈영호 총장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궂은 일을 마다 않고 이 학술회의를 주관하여 준비해 주신 경상대학교 경남문화연구소와 사회과학연구소 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거듭 여러분의 참여에 감사드리며, 이만 환영사에 갈음하고자 합니다. 고맙습니다. 1993년 4월 23일 회장 김 장 하 학 술 발 표
위 국제학술회의의 논문을 정리하여 『형평운동의 재인식』이라는 논문집을 발간함. 책을 펴내면서 올해는 우리 진주로서 대단히 뜻깊은 해다. 형평사(衡平社)가 이곳 진주에서 창립된 지 7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진주의 선각자들은 조선 5백년, 아니 그 보다 더 오랫동안 인간 이하의 처절한 삶을 살았던 백정들의 인권과 평등을 주장하고 실천하는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똑같은 인간일진데, 백정으로 태어났다는 죄로 죽을 때까지, 또 대대로 차별 대우를 받으며 처절하고 비굴한 인간이하의 삶을 살아야 했다니 참으로 비인간적인 처사라고 아니할 수 없다. 형평사는 바로 그들을 위해 조직되어 전국적인 사회운동으로 발전하였다. 형평운동은 암울한 일제 식민 지배 아래 민족의 고난과 함께 여러 형태의 굴곡과 좌절을 겪었다. 일제 침략기에 가장 오랫동안 지속된 사회운동이었던 형평운동에는 민족의 고난이 투영되었고, 새로운 사회 건설을 위한 용트림이 스며들어 있었다. 그 과정에 부분적으로 시행 착오의 아쉬움이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형평운동의 기본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형평운동의 기본 정신은 모든 인간이 똑같은 권리를 갖고, 평등하게 대우받으며,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려는 노력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기본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존엄성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치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형평운동은 민족이나 이데올로기를 제일로 내세우는 어떤 주장이나 활동을 뛰어넘는 '인간사랑'이 담겨있다. 오늘날 우리가 애타게 부르짖고 갈구하는 '인간 존중과 평등'이 형평운동에 살아있는 것이다. 이 숭고한 정신의 활동이 진주에서 처음 시작한 것이다. 아주 근본적인 인간 해방의 기치를 내건 이 땅의 선각자들의 정신은 여전히 값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아직도 편견으로 인간을 차별하고,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따라서 인간답게 살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여러 모습을 볼 때 그 정신은 바로 우리에게 절실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 정신을 기념하고 기리기 위해 모임을 만들고 여러 일을 준비하였다. 그 가운데 하나가 '형평운동 7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 였다. 이 학술회의는 지금까지 형평운동에 대한 학술적 논의가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점을 감안하여 꼭 필요한 것이라고 판단되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형평운동의 역사적 사실 규명에만 집착하지 말고, 그것이 오늘날에 어떤 의미를 줄 수 있나를 따져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하였다. 그리하여 우리는 "형평운동의 현대적 조명"이란 주제의 이 학술회의를 열기로 하고, 그 주관을 경상대학교 경남문화연구소와 사회과학연구소에 일임하였다. 이 학술회의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조규태, 박재흥 두 연구소 소장님을 비롯한 경상대학교의 여러 교수님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형편이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이 학술회의를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 많은 교수님들께서 노력하신 것은 단순히 행사 하나를 치르려는 것이 아니라 그 행사의 역사적 의미를 되찾아 형평운동을 학문 세계에 복원시키려는 열의에서 비롯된 것임을 잘 안다. 그리고 빈영호 총장님을 비롯하여 학교 관계자 여러분들의 지원이 없었다면 이 행사가 잘 진행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모든 분들께 거듭 깊이 감사를 드리는 바이다. 또, 이번 학술회의에 여러분들께서 보여주신 열의와 성원에 우리는 깊이 감사드린다. 발표를 위해 멀리에서 오신 이화여대의 진덕규 교수님, 국사편찬위원회의 고숙화 선생님, 미국의 임순만 교수님, 영국의 이안 니어리(Ian Neary) 교수님, 일본의 신기수 선생님과 토모나가 겐조(友永健三)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경상대학교의 김준형, 김중섭 두분 교수님께서도 발표를 위해 글을 준비해 주셨다. 더욱이 이 모든 분들은 학술회의를 마친 뒤 발표문을 다시 보태고 다듬어 주심으로써 이 책이 더욱 가치 있도록 해주셨다. 그밖에 방청석에서 참관하시고 질문을 던져주신 많은 선생님들의 열의가 있었기 때문에 학술회의는 더 빛이 났다고 생각하며 깊이 감사를 드리는 바이다. 특히, 많은 관심을 갖고 참석하셨던 무라코시 쓰에오 (村越末男) 이사장님을 비롯한 일본 오사카 부락해방연구소 대표단 여러분들의 성원에 감사드린다. 이분들의 지대한 관심은 한국과 일본의 과거를 비교 이해해야 할 필요성을 더욱 깨닫게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학술회의를 무사히 마치고 또 발표된 논문들이 이렇게 책으로 나오게 된 것은 오로지 850명에 이르는 우리 기념사업회 회원 여러분들의 성원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을 내는데 모든 원고를 찬찬히 살펴보며 다듬어 주신 우리 기념사업회 이사이신 경상대학교의 최시한 교수님에게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우리의 뜻을 헤아려 기꺼이 책으로 출판해 주기로 하신 솔 출판사의 사장님께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우리 회원들뿐만 아니라 인간의 권리와 평등에 관심을 갖고 계신 많은 분들에게 널리 읽히기를 기대한다. 이 책을 통하여 형평운동을 올바로 이해하고, 그 정신을 받아들여, 그것이 우리 사회에 퍼뜨리는데 기여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만약 학술회의와 이 책의 출판을 통해 어떤 성과가 있다면 그 모든 것의 기쁨을 우리 기념사업회 회원들과 함께 나누어 갖고 싶은 마음을 덧붙인다. 1993년 초여름 진주에서 김 장 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