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최하층 계급 ‘달리트’를 아시나요?-경남도민일보20030428
“성적착취 당해도 묵인할 수밖에 없어...살해 위협 무릅쓰고 해방운동”
“다른 계급의 남성들에게 성적 착취를 당해도 거부할 수 없으며, 남편이 그곳에 있어도 묵인할 수밖에 없는 집단, 그들이 바로 ‘달리트’입니다.”
인도의 불가촉천민(만질 수조차 없는·Untouchable)으로 불리는 달리트 계급에 대한 차별과 억압을 설명하며 부나트 화티마 나티산(51·인도 타밀 나드 여성포럼 대표 겸 반차별국제운동 이사) 씨가 말한 내용이다.
지난 25일 국립진주박물관에서는 형평운동 8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차별 받는 사람들의 증언(인도의 달리트·일본의 부락민·한국의 백정)’이란 주제로 초청 강연회가 열렸다.
이날 강연회에서는 카스트 제도로 유명한 인도의 최하층민이라 할 수 있는 달리트의 인권차별과 착취·억압에 대해 생생하게 설명한 화티마 나티산 씨의 증언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그는 달리트에 대해 “차별받고 힘없고 억압받는 공동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달리트는 만질 수도 없고, 생각할 수도 없고, 볼 수도 없고, 접근할 수도 없는 존재”라며 “특히 달리트 여성은 여성으로서, 달리트로서, 노동자로서 세가지 점에서 차별받고 있다”고 증언했다.
인도의 카스트 제도는 브라만·크샤트리아·바이샤·수드라의 네 계급으로 구성돼 있다. 달리트는 카스트 계급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바깥 존재다. 때문에 그들은 인도에서 전통적으로 비천하다고 여겨지는 일들, 즉 시체처리·오물수거·가죽가공·세탁 등에 종사했으며, 차별과 억압은 대물림됐다.
이처럼 차별받고 있는 달리트는 인도 전체 인구의 16.03%에 해당하는 1억6000만명에 이른다. 그들은 죽은 사람의 옷을 취하고 깨진 그릇만 사용할 수 있다.
또 마을 공동우물을 사용할 수 없고 사원을 출입할 수도 없다. 심지어 신선한 생선을 만질 수도 없고 찌꺼기만 사용할 수 있으며, 여성들은 다른 카스트 여성과 같은 옷을 입을 수 없는 등 달리트에 대한 극단적인 차별은 19세기까지 계속됐다.
화티마 나티산 씨는 “1930년대 마하트마 간디는 달리트에게 ‘신의 자녀’라는 뜻으로 ‘하리잔(Harijan)’이란 이름을 붙여 주었으나 그들은 오히려 ‘핍박받는 자’라는 의미의 ‘달리트’를 원했다”며 “20세기 들어와 불가촉천민에 대한 인권운동이 전개되고 이들에 대한 차별 방지법이 마련되기도 했지만 인권차별의 악순환은 계속되고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달리트 여성에 대한 인권해방 운동을 벌이는 운동가들이 살해되는 등 해방운동의 보상으로 돌아오는 것은 죽음”이라며 “이런 극한 상황 속에서도 인권 보호를 위한 작은 운동들은 지속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마이너리티의 차별 방지를 위한 국제적인 연대를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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